〔이상기 칼럼〕 '중국 태권도의 급부상' 기회이자 위기다
〔이상기 칼럼〕 '중국 태권도의 급부상' 기회이자 위기다
  • 이상기 회장
  • 승인 201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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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회장
이상기 회장

【환경교육뉴스】 최근 중국 태권도의 현황 파악을 위해 산둥성(山東省) 칭다오(靑島)와 장쑤성(江蘇省) 난징(南京)에 있는 태권도장을 둘러봤다. 중국의 태권도 인구가 5000만 명이나 될 정도로 저변확대의 열기가 뜨거웠고, 동네 체육관 수준인 한국의 태권도장과 달리 중국의 태권도장은 대형화, 산업화, 체인화하고 있다. 증시 상장을 목표로 도장을 조직적으로 관리하며 몸집을 키우는 곳도 있었다. 날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 태권도 시장은 그야말로 ‘기회의 땅’이었다.

중국의 태권도장 1개관에는 최소 200~300명의 초등학생 수련생이 있다. 심지어는 1개관에 800명의 수련생이 있어서 20개의 직영점과 30개의 가맹점 수련생을 합하면 약 2만 명에 이르는 곳도 있을 정도로 대형화돼 있다.

하루 1시간 반에서 두 시간씩,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수련하는데, 수련비는 관장의 숙련도에 따라 2000위안(약 35만원)부터 3000위안(약 52만원)까지 받고 있다. 이러한 수련비는 한국 도장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고비용이다.

하지만 외화내빈(外華內貧)이라고 할까. 도장의 상업적 운영에는 능숙하지만 태권도의 기술적인 측면은 아직 미숙하고 미흡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태권도를 지도하는 관장의 수준은 중국 현지에서 1-2년 전에 받은 1~2단 정도의 초보 수준이다. 대다수는 태권도 선수 출신이나 태권도 교육을 제대로 전공한 출신이 아니며,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의 국기원이나 전북 무주 태권도원을 방문해 보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어마어마한 수련생 숫자와 함께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중국 태권도 시장의 튼튼한 기초, 토대다. 태권도는 인내, 염치, 극기(克己), 백절불굴(百折不屈) 정신을 배우는 무도라고 흔히들 말한다. 이번에 참관했던 중국의 태권도장은 청도용매국제무도교육(靑島龍邁國際武道敎育)이라는 이름의 회사로, 스포츠보다 교육적인 차원에서 무도를 강조하고 있었다.

이곳의 무도관장은 "태권도는 스포츠 종목이기 이전에 신체와 정신을 단련하는 무도"라며 "몸을 건강히 하고 정신을 수양하는 '무도 태권도'를 강조하고 가르치다 보니 유소년층에서 대부분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수련생의 대다수는 초등학생인데 몸을 튼튼히 하는 건체(建體), 예의를 밝히는 명례(明禮), 지혜를 일깨우는 계지(啓智), 마음을 기르는 육심(育心)을 무도장의 목표로 삼고 있다. 건강한 신체, 바른 예절, 지혜, 마음 수양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주도하였던 마오쩌둥 주석은 '사람이 곧 역량이다'라고 주창하면서 인구 대국 중국의 장점을 과시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인구가 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판단한 덩샤오핑은 1979년 개혁‧개방 이후 ‘한 자녀 낳기 운동’을 전개하며 인구조절 정책을 폈다. 그 결과 탄생한 아이들이 이른바 '소황제(小皇帝)',여자 아이의 경우에는 '소공주(小公主)'라고도 한다.

이렇게 친가와 외가에서 한 자녀만을 키우다 보니 부모들은 아이를 애지중지하며 강력하게 보호하게 됐고, 아이가 자연스럽게 가족의 중심이 됐다. 집집마다 '소황제'들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게 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버릇이 없어지고, 이기적인 성향의 아이로 길러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큰 아이들의 독립성과 적응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문가지요 당연지사다. 어려움과 난관을 뚫고 나갈 생각이 없다. 그렇게 해서 나타난 것이 이른바 중국 사회의 폐단인 '소황제 현상'이다. 이는 중국 가족제도의 문제점으로 등장했으며 ‘충효예(忠孝禮)’의 태권도 정신은 신체 단련은 물론 가정교육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게 됐다. 말하자면 중국의 태권도 시장은 이처럼 튼튼한 수요층과 함께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탄탄한 시장의 기초 위에 스포츠로서의 태권도 수준도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중국 태권도 국가대표팀은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2019 세계태권도연맹(WT) 세계선수권대회’ 남자부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 3위에 올랐고, 여자부에서는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를 획득해 2위를 차지했다.

또 이번 대회 기간에 참가 선수들의 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남녀 선수 2명씩, 총 4명이 세계태권도연맹 선수위원으로 선출되었는데, 중국 태권도 여제 우징위가 여자 선수위원으로 뽑혔다. 특히 중국은 차기 세계선수권대회를 2년 후인 2021년 중국 우시에서 개최할 예정이어서 이를 계기로 태권도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중국은 태권도 인구 1위 국가이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세계 태권도 유품단자의 약 20%를 보유한 세계 태권도계의 양대 시장이다. 문제는 이러한 위상 제고와 함께 중국이 드디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2006년 국기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약 8년간 심사추천 독점권한을 부여받았던 중국태권도협회는 2017년 8월 1일부터 중국 태권도 단증을 자체 발급하며 세계 태권도본부인 국기원의 위상을 흔들고 있다. 아직은 중국태권도협회 공식 사이트에 국기원을 협력기관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이미 사범들에 대한 자체 연수교육 및 연수용 교재 제작을 통해 태권도를 ‘중국화’하는 과정이 시작됐다. 특히 심사를 받을 때 '차렷' '경례'를 한국어가 아니라 중국어로 사용하도록 해 태권도의 정통성과 역사, 무도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

중국은 '스포츠 동북공정'의 하나로 태권도의 중국 무예 기원설을 흘려 우리를 긴장케 한 바 있다. 따라서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국제대회 참가나 지도자, 심판 활동을 등을 위해서는 국기원 단증이 필요한 만큼 중국이 당분간은 국기원 단증과 자체 단증 발급을 병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여하튼 중국이 자체적으로 단증을 발급하면서 그 국제적인 파급력은 엄청날 전망이다.

그러므로 국기원의 정상화 작업 가운데 가장 중요한 단증 발급과 관련해 투명성을 강화하는 한편 스포츠 외교 라인을 총동원해 중국태권도협회가 자체 단증을 발급하게 된 구체적 배경을 파악하고,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국기원의 위상을 지킬 수 있는 효율적인 대책을 신속하게 수립하여야 한다. 아직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2007년 유럽태권도연맹이 자체단증 발급 방침을 발표하는 등 그동안 국기원 승단 심사사업과 관련한 국가별 협회, 대륙연맹 등의 도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중국 태권도협회와의 신속한 협의와 조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비자에 “그처럼 높고 당당한 제방도 땅강아지나 개미가 판 작은 구멍 때문에 무너지고 만다(天仗之堤以螻蟻之穴潰‧천장지제이루의지혈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소흘히 넘기지 말고 일찌감치 손을 쓰지 않으면 큰 화(禍)를 당하게 된다는 뜻이다.

세계태권도 본부로서 국기원의 위상은 우리가 만드는 것이지 남들이 절대로 만들어 주질 않는다. 사소한 문제로 보일지 모르지만 방심한 채 적기에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돌이키기 어려운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 빛나는 역사와 전통의 태권도를 하루아침에 망가뜨리지 않도록 다함께 역량을 한곳에 모아야 할 때이다.

△ 한중지역경제협회  이상기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