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익수 칼럼] 교통사고 사망자 수 반으로 줄일 수 있다.
[한익수 칼럼] 교통사고 사망자 수 반으로 줄일 수 있다.
  • 한익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2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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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익수(RBPS 경영연구소, CEO, 작가)
한익수(RBPS 경영연구소, CEO, 작가)

【환경교육뉴스=한익수 칼럼니스트】 1980년대 초 일본 연수 시절의 기억이다. 내가 연수를 받던 이스즈 자동차회사는 기숙사가 위치한 요코하마에서 차로 약 40분 정도 걸리는 후지사와라는 도시에 있었다. 당시 나는 차가 없었고 마땅한 대중교통 편도 없어서 같은 숙소 동료의 신세를 졌다. 이른 아침 함께 차를 타고 가다 보면 큰 길로 들어서기 전에 골목길이 몇 개 나온다. 동료인 와타나베 씨는 운전 중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 다다르면 속도를 줄여서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매번 차량을 완전히 정지한 후 좌우를 살피고나서야 지나곤 했다.

당시 나는 바쁜 출근 시간에 운전을 너무 소심하게 한다고 생각했었다. 지난해 캐나다 방문 기간 중 몇 달간 운전대를 잡았다. 운전을 하면서 우선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규정 속도를 위반하는 사람도 없고, 경적을 울리는 사람도 없다. 차선을 변경하려고 방향 지시 등을 켜면 상대방은 언제든지 차선을 양보한다. 신호등 없는 사거리에서는 먼저 도착한 차량 순서대로 물 흐르듯 질서 있게 이동하고, 사람이 시야에 보이기만 해도 차를 멈추고 사람들이 다 건널 때까지 기다린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는 속도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정지하여 좌우를 살핀 다음 지나간다. 내비게이션에는 제한속도와 현재 속도만을 나타내고 속도위반 단속카메라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은 없다. 그러니 단속카메라를 피해서 과속하는 사람도 없다. 이곳 사람들은 ‘운전면허는 운전할 수 있는 권리라기보다는 사람들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으로 생각한다.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운전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이들은 자신의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대단하다.

내 나라 규범과 사회 공동체는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뚜렷하다. 그래서 평소에는 친절하고 관대하지만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보면 냉정하게 돌변한다. 고발정신이 투철하여 질서 위반을 목격하면 즉시 신고하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다. 오늘 아침 출근 시간에 집을 나섰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다다르자 많은 사람들이 차량이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고 서 있다. 아직도 우리는 차량 우선 교통 문화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얼마나 될까? 통계에 의하면 2018년도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781명이고, 부상자 수는 33만 1,700명으로 OECD 국가 중 최다 수준이다.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노르웨이 2명, 영국 2.8명, 독일 3.9명, 프랑스 4.8명, 우리나라는 7.3명으로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 세계 최고의 교통안전 국가로 꼽히는 노르웨이는 인구 10만 명 당 사망자 수가 단 2명에 불과하며, 교통사고 사망자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운동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도 하루에 900여 명이 도로상에서 교통사고로 부상을 입고, 10명 이상이 아까운 목숨을 잃고 있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안전한 차량, 안전한 도로환경, 도로 사용자들의 안전의식 등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 하겠지만, 먼저 몇 가지만 개선되어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첫째, 보행자 우선 교통 문화의 정착이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중 횡단보도나 보행 중 사망사고가 65%에 달한다고 하니 보행자를 우선시 하는 문화만 정착돼도 사망자 수는 대폭 줄어들 것이다. 교통안전국가로 손꼽히는 교통 선진국들의 특징은 ‘차는 편리한 문명의 이기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권총보다도 더 많은 사람을 희생시킬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에 사람 우선으로 운전을 해야 한다’는 문화가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다.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부터 도로운전 시험을 강화해서 보행자 우선 운전습관을 지니도록 훈련하고, 사고 발생 시 벌칙을 강화해야 한다. 적어도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사람들이 언제나 안심하고 건널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제한 속도 준수다. 우리나라 도로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제한 속도가 60km인 도로에서 60km로 달리는 차량은 별로 없다. 속도 측정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만 제한 속도를 지키고 일반 구간에서는 대부분 과속한다. 그러다 보니 차량 속도가 일정치 않아 생기는 교통사고도 많다.

내비게이션에 속도 측정 카메라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여 모든 사람들이 제한 속도를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는 교통법규 준수다. 어려서부터 교통법규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교통법규 위반 시 범칙금을 대폭 강화해서라도 도로상에서 배려하고 교통질서를 지키는 문화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교통사고의 90% 이상이 운전자 부주의에 의한 것이다. 곧 교통사고는 운전자의 의식 수준에 비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