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익수 칼럼] 나라를 위해 잘 선택해야 한다
[한익수 칼럼] 나라를 위해 잘 선택해야 한다
  • 한익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1.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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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익수(RBPS 경영연구소, CEO, 작가)
한익수(RBPS 경영연구소, CEO, 작가)

【환경교육뉴스=한익수 칼럼니스트】 1990년대 중반 필자는 대우의 세계경영 전진기지였던 우크라이나로 발령이 났다. 구 소련이 붕괴되어 위성국가들이 독립된 지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공산주의 냄새가 체 가시기도 전이다. 부랴부랴 간단한 짐을 챙겨서 말로만 듣던 미지의 땅 우크라이나를 향했다.

직항노선이 없어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거쳐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까지 가는데는 12시간이 걸렸다. 키예프공항에서 다시 국내선을 타기 위해 한참을 기다리자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 한 대가 서서히 다가온다. 마구간처럼 통나무로 된 입구에 늘어선 사람들을 따라 비행기에 올랐다. 좌석이 꽉 찼는데도 비행기는 출발하지 않는다.

한참 후에 사람들이 추가로 올라오자 감청색 제복을 입은 갈색 눈동자의 여승무원이 통로에 접의자를 편다. 그래도 자리가 부족하자 몇 사람이 서있는 상태로 비행기는 활주로를 향해 움직인다. 난생처음 입석 비행기를 탄 셈이다. 영하 30도의 매서운 추위, 기내 온도도 영하다. 바람소리와 프로펠러 소리가 요란하다.

가슴을 조이며 타고 간 비행기는 2시간쯤 후에 회사 인근 드니프로 뻬뜨로부스키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활주로로 접근하여 바퀴가 지면에 닿자 마치 캥거루가 적을 만나 도망치는 것처럼 한참을 튀더니 서서히 속도가 줄어든다. 밖을 내다보니 활주로가 콘크리트가 아니라 정방형 보도블록으로 깔려 있다. 직감적으로 이 나라의 경제사정을 짐작하게 했다.

그날 저녁 회사에서 마련한 숙소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오래된 아파트 한 채를 빌려 주재원들이 임시로 사용하고 있었다. 다섯 평 남짓한 작은방에 야전침대 하나, 옷장 하나, 세면 시설 대신에 방 한구석에 샤워 부스가 있다. 난방 시설이라고는 작은 스토브 하나다.

잠자리에 들기 전 샤워를 하려고 커튼으로 둘러싸인 샤워 부스에 들어가 물을 틀었더니 녹물이 섞여 나온다. 미리 준비해 간 침낭 속에서 혹독한 첫날밤을 뜬 눈으로 새웠다. 다음날 아침 회사 본관에 위치한 화장실을 찾았다. 이게 웬일인가? 문짝도 없는 재래식 화장실 변기 주변에 변이 쌓여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화장실 문을 닫으면 냄새가 나기 때문에 아예 문을 없앤 모양이다.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모든 직원들이 각방을 사용하고 있었고, 사무실 문에는 자물쇠가 앞뒤로 하나씩 걸려 있었다. 비밀 유지가 철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좁은 복도 사이로 즐비하게 배열된 사무실 모습이 마치 감옥을 연상케 했다. 현지 임원의 안내로 현장을 둘러보았다. 구 소련으로부터 분리 독립된 후 5-6년간 폐쇄되었던 낡은 공장이다.

공장 내부는 여러곳에 물이 새고, 조명도 고장이 나서 어둠침침한데, 개들만 어두운 공장 안을 활보하고 있었다. 자동차를 만들었던 공장이라고는 상상이 안될 정도로 낡은 설비들이다. 종업원은 2만 명이나 되는데 대부분 고령이다. 오랜 기간 경직된 사회에서 살아온 직원들이라 시키는 일만 하고 창의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는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3년간 밤낮도 없고 주말도 없이 직원들을 훈련하고 공장을 혁신하여 품질 좋은 차를 만들어 동구권에 수출하는 세계경영의 기적을 이루었다. 돌이켜보면 성공적인 해외 생활은 애사심은 물론이고 애국심이 뿌리를 내린 결과로 볼 수 있다.

일거리가 없어 먹거리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고 취업을 해도 월 급여가 10만 원 정도이니 생활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인데, 과거 공산당 간부출신들은 지금도 좋은 차를 타고 다닌다. 우크라이나 하면 생각 나는 것은 넓은 평야와 미인이다.

과거에는 넓은 평야에서 재배한 농산물 수출이 중요한 수입원이었는데, 체르노빌 방사능으로 국토가 오염되면서 농산물 수출 길이 막혔다. 우크라이나 여성들은 매우 아름다운데 이들이 40-50대가 되면 대부분 비대해지고, 그 늘씬하고 건강한 다리에는 울퉁불퉁 정맥이 튀어나오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석회석이 많은 물을 마시는 것이 주원인이라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들은 경제사정으로 생수는 말할 것도 없고 제대로 정수된 물조차 못 마신다. 공산주의 사회의 처참한 말로를 보는 느낌이었다. 이 사회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모스크바 대학 영문과를 나온 똑똑한 여비서에게 물었다. “이리나, 과거 공산주의 사회와 지금 사회의 가장 큰 차이가 뭐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때 잘나가던 소련은 왜 붕괴되었을까요?” “디렉터 한, 과거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의 대가로 최저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을 제공해 주는 대신 자유를 빼앗았지요.

그리고 그동안 소련은 막강한 무기를 바탕으로 주변 국가들을 등쳐서 위성국가들을 먹여 살렸는데, 이젠 등칠 국가도 없어졌지요. 세계화 영향으로 인민들이 민주주의 국가와 공산주의 국가의 심한 격차를 점차 인지하게 되면서 민심이 이완되는 것을 막을 길이 없어 결국 백기를 든 셈이지요.” 오랜 실험 끝에 실패하고 지구상에서 이미 막을 내린 공산주의를 아직도 신봉하는 자들이 이곳 현실을 직접 목격한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궁금했다.

내가 경험한 우크라이나 국민은 매우 우수한 민족이다. 그러나 지도자를 잘못 만나 역사 속에서 많은 나라의 침공을 받았고, 오랜 공산주의 사회에서 창의력이 뒤떨어진 민족으로 전락했으며 글로벌 사회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또한 지금도 국론 분열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3년간의 우크라이나 생활을 접고 돌아오면서 얻은 교훈은 ‘국민들이 아무리 똑똑하고 유능하다 하더라도 지도자를 잘못 만나면 고생할 수밖에 없다’라는 것이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플라톤의 말이다. 우리도 이제 온 국민이 좀 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는 것이 우리가 평화롭게 잘 사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길이다.

RBPS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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