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숲 속 기차까지…신종코로나 中관광객에 제주 '방역전쟁'
[르포] 숲 속 기차까지…신종코로나 中관광객에 제주 '방역전쟁'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0.02.03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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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 직원의 안전을 위해 임시 휴업합니다.'

제주도가 지난달 30일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출신 중국인 관광객 A씨(52·여)의 4박5일간의 제주여행 동선을 공개한 다음날인 3일.

지난달 21일부터 25일 사이 A씨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제주의 여러 관광지와 면세점 입구에는 이날 오전 일찍부터 임시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제주 에코랜드 테마파크와 산굼부리는 직원을 제외한 모든 방문객들의 출입을 통제한 채 방역작업에 한창이었다. 이 두 곳은 지난달 21일 제주에 도착한 A씨가 이튿날 가장 먼저 찾은 여행지였다.

현장 관계자들은 "이런 대대적인 방역은 개점하고 처음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통 한 달에 한두 번 꼴로 직원들이 상주하는 건물 내부를 대상으로 방역작업을 하는데, 제주 에코랜드 테마파크의 경우 숲 속 기차·5개 기차역, 산굼부리의 경우 곳곳의 야외 포토존들까지 방역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두 곳은 일단 4일부터 운영을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추이를 보고 도와의 협의를 거쳐 운영 재개 시점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A씨가 4일 동안 묵었던 제주시 연동의 플로라제이드림호텔은 전날 밤 이미 방역작업을 마친 뒤 현재 호텔에 머물고 있는 숙박객에 대한 환불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이 호텔은 일단 이날 오후부터 8일까지 임시 휴업하기로 하고, 추가 방역 실시 시점을 살피고 있다.

이 곳의 한 관계자는 "혹시 모를 만일의 사태를 예방하고 대비하기 위해 전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A씨가 여행 마지막 날 방문해 해열제를 구입한 이 호텔 인근의 한 얀국은 전날 밤 도의 권고로 이미 문이 닫힌 상태였다.

 

도에 따르면 이 약국 약사는 도 방역담당자와의 면담에서 "A씨가 기력회복제와 해열진통제를 구입했는데 당시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은 전혀 없었다"며 "제3자의 약을 사러 왔다고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여행 셋째 날 잇따라 방문한 신라면세점 제주점과 롯데면세점 제주점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일찍이 두 면세점은 도의 발표로 A씨의 제주여행 동선이 공개된 직후인 전날 오후 6시부터 일제히 임시 휴업에 돌입하는 동시에 방역작업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에도 두 면세점은 여전히 분주했다. 직원들은 곳곳에 임시 휴업 안내문을 붙였고, 행여나 고객들이 이를 놓칠세라 곳곳에 출입금지선까지 쳐놓고 있었다.

특히 롯데면세점 제주점의 경우 열 감지 카메라를 이용해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실시하고 있었다.

영업시간이 가까워지자 마스크를 쓴 중국인 관광객 몇 명이 면세점을 찾기도 했지만 중국어로 적힌 임시 휴업 안내문을 보고는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두 면세점은 향후 보건당국, 도와의 협의를 거쳐 재개점 시점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한 면세점 직원은 "일하면서 문 닫는 걸 처음 본다. 아이들이 있는 직원들은 더 불안해 한다"며 "건강도 걱정이지만 휴업이 장기화되면 직원 수가 줄어 들어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게 될까 그게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A씨가 4박5일간 숙소를 오가며 산책했던 제주 누웨모루 거리에는 찬 바람과 함께 적막감만 맴돌았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한시바삐 출근하는 사람들 뿐이었다.

평소 쇼핑차 이 거리를 자주 찾는다는 도민 신모씨(25)는 "중국인이 많다 보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후에는 방문을 꺼리고 있었다"며 "실제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한동안 절대 가지 않을 계획"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심지어 중국인 관광객들도 쉽사리 이 거리에 들어서지 않는 모습이었다.

마스크를 두 겹으로 쓴 한 중국인 관광객은 기자에게 "우리도 무섭다"며 손사래를 치며 쌩 지나가기도 했다.

도는 현재까지 확인된 A씨의 동선에 따라 호텔 직원 5명, 버스 운전기사 1명, 옷가계 계산원 1명, 편의점 종사자 2명 등 9명을 자가 격리시키는 한편, 옷가게·편의점 점주, 버스기사를 능동 감시 대상자로 분리해 1대 1 관리에 들어갔다.

도는 A씨의 상세 동선이 확보되는 대로 도민들에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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